Hoá Vàng 풍습

전통문화 Truyền Thống 2009. 2. 8. 04:23

설날을 이야기하긴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났지만, 이곳 베트남의 북부에서는 아직도 "정월"을 맞아 각종 행사들과 축제들이 한창이다. 우리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옛날에 한국의 농촌에서도 음력 정월 내내 먹고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는데, 도시적인 삶이 우리들의 삶을 바꿔놓은지가 한세대 정도 지난 지금, 베트남의 설과 정월 풍습은 한국인인 나에게 모종의 충격을 주었다. 


몇 년전 하노이에서 설을 보냈을 때는 몇군데 시골을 방문하는 정도였고, 아직 "초짜"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해서 그랬는지 그저  여기 설은 "농경문화"적 요소들이 아직 강하구나 하는 정도에서 이해하고 말았었는데,이번엔 내내 대도시 밖에서 베트남 인들과 함께 보내게 되니 그 체감수위가 그와 비교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월을 이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온 방문자도 아니고 맘편히 설을 지낼 수 있는 현지인도 아닌데다가 이래저래 내 계획엔 차질이 많아서 마냥 베트남 "설문화"에 흠뻑 빠져들수 도 없었다.  

이 길고긴 설날 "휴식"이 언제 끝날지 궁금해서 였을까?
베트남의 여러 설날 풍습중에서 내가 가장 당황스러워 했던 것은 집집마다 설날 "연휴"를 끝내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노이나 호치민, 다낭 같은 대도시에 살거나 그곳에서 시골을 방문한 가족들이 있는 경우에는 대체로 음력 1월 4일 정도에 설날 연휴를 끝내고 다들 각자 일터로 돌아가고 본업을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신문보도를 통해 전해 들었는데, 이곳 북부의 몇몇 가족들은 7-8일이 지나도 말 그대로 "먹고 마시기"를 계속하느라 도대체 "일"을 하려고 들지를 않았다 




처가집 호아 방에 가서 방 마를 태우는 모습.
개인적으로 이집 장모가 야간에 운영하는 "다슬기"집에서 파는 Nem Nướng 을 좋아한다.
호아 방 식사에도 그게 나왔었다. 덕분에 닭고기에 질려있었던 내 입맛을 얼마간 되살려 줬다. 아! 닭은 정말 싫다!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 내가 세들어 있는 집은 설 3일차에 호아 방(Hóa Vàng) 을 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나는 그 후로도 며칠간 다른 집들을 돌며 호아 방 식사, 각가정의 마지막 설날 식사에 참여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다.
설날이후 일주일 이상 매일 아침,점심,저녁 엄청난 양의 음식들과 더불어 권해진 전통주들에 몸이 남아 나질 않았고, 하노이의 다른 "호아 방"에 참여하러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뭐 하노이에서도 술에 쩔긴 했지만, 그래도 매 식사때 마다 술로 상대해야 했던 10여 이상의 남녀들에 대한 공포는 최소한 없었다. 나는 역시 지나치게 도시적인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날. 호아 방이 끝나고 식사를 준비하기 전 제단을 정돈하는 할머니 모습. UBND의 주석을 지냈던 집.
앞 사진속의 집과 다른 집이지만, 사진 속 호아 방을 하고 있던 이의 본가쪽 집이다.
Tày 족 임에도 Kinh 족화가 다된 집안이랄까..





또 다른 집 또다른 날. 호아 방 음식을 차려놓고 마지막 제사를 지내고 있는 모습.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제사와 다르게 대체로 베트남의 여러 제사는 대체로 여자들의 몫이다. 태우는 마무리 과정에는 남자도 참여하고, 한국의 무당에 해당하는 역할도 베트남에서는 대체로 남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일반 남성들은 대개 먹을 준비하면서 차마시고 담배피우며 호박씨나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앉아 있다.







화가 집의 호아 방. 옆에서 같이 태우고 있는 아저씨는 아주머니 남편이 아니라 손님으로 온 법원 직원이시다.


 

기왕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차에, 베트남의 호아 방 풍습에 대해서 찾아 보니 그 내용이 이렇다. 

호아 방(Hóa vàng) 의 문자적 의미는 집안의 조상신을 모시는 제단에 설날을 맞아 올려놓았던 각종 "방 마 (Vàng mã)- 종이로 된 금, 은, 지폐등-을 태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방마를 태우는 것이 저세상의 죽은 영혼 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믿는다. 사람들은 쌓아둔 방마에 한잔의 술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는데 그것은 방 마가 다시 실제의 재물로 제사를 모신 사람들에게 되돌아 오는 것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식이다. 또한 불 위에 마른 사탕수수를 올려 놓는 데, 그것은 조상신들이 조상신들이 저승으로 돌아갈 때 지팡이로 쓰라는 의미이다.


호아 방을 언제 할 것인가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대개 정월 셋쨌날 부터 일곱번째 혹은 열번째 날 중에 하루를 잡아 하는데, 이렇게 저승에서 온 조상신들을 돌려보내는 의식을 치루고 나서야, 살아있는 자들은 점차 정상적인 일상 생활로 돌아간다.

(http://hanoi.vnn.vn/chuyen_de/0202/truyen_thong/bai_10.html 참조 번역. 음력 1월 7일에 기를 내리는 풍습인 Khai Hạ 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본 호아 방의 경우 사탕수수를 같이 태우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 사탕수수를 사와서 사람들이 나눠 먹긴 했다. 북부에서는 카이 하(Khai Hạ) 풍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Khai Hạ 에 대해서 그 어디도 "기를 내리는 풍습"이란 말은 없는데, 조재현판 베트남어 한국어 사전은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신기할 세..

Khai Hạ 는 開賀 라고 하는데.. 어쨌든 8일째 되는날 대다수 기관들과 회사들이 "새해업무"를 시작한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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